우리는 장애인을 얼마큼 이해하고 있을까요? 화제였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즌 2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모습은 감동적이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우려가 됩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편집했기 때문이죠. 미디어가 보여주는 장애인의 모습과 실제 삶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서번트 신화: 우리는 왜 능력을 먼저 계산하는가
"자폐가 있는 사람들은 우영우처럼 행동해?"라는 질문 속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우영우처럼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디어에서는 마치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의 일반적인 모습처럼 반복적으로 재현되어 왔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천재 변호사, <굿닥터>의 천재 정형외과 의사 박시온,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피아니스트 진태까지, 이들은 모두 뛰어난 기억력과 특정 능력이 강조된 캐릭터들입니다. 이러한 재현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천재성'이라는 안전장치 없이는 장애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특수교사들 사이에서는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이 100명이라면, 100명의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라도 언어 특성이나 상호작용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구어 표현이 능숙한 반면, 어떤 학생은 그림 카드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특정 자극에 둔감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소리에 예민해 헤드셋을 착용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다양성을 체감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미디어 속 천재 장애인만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사람들은 장애인을 '가능성'이 아니라 '리스크'로 먼저 계산하게 됩니다. "업무에 지장은 없을까요?"라는 질문은 걱정처럼 포장돼 있지만, 사실은 의심입니다. 우리는 늘 장애인이 특별히 뛰어나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구분 | 드라마 속 재현 (서번트) | 실제 자폐 스펙트럼 (현실) |
|---|---|---|
| 특징 | 비범한 천재성, 암기력 | 상호작용의 다양성, 감각 예민 |
| 사회적 시선 | "능력"이 있어야 수용됨 |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함 |
일상의 차별: 현실 속 우영우들이 마주한 벽
"만약 우영우가 천재가 아니었다면?" "만약 우리가 그녀의 동료가 아니라 실제 면접관이라면?"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현실 사례를 보면 간극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장지용씨는 현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하며 브런치와 <에이블뉴스> 등에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라고 소개하며, 대학에서 사진영상미디어를 전공하고 혼자 해외여행을 다닐 만큼 자립 역량이 뛰어납니다. 언뜻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며 사회 문제에도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지만 그의 현실은 드라마 속 한바다 로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난 23일부터 새로 출근한 회사가 벌써 15번째 직장이었고, 대부분 계약 만료나 해고 등 원치 않은 이유로 퇴사해야 했습니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직업의 선택 폭이 좁다는 것은 곧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사회적 배제로 이어집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이번 계엄령 사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여러모로 힘든 현실을 살아가요. 숱한 차별과 모욕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현실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구조적 차별의 일상성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차별은 개인의 태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장애 인식 개선의 핵심은 장애인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애인을 많이 보고 많이 만나는 것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며 경험을 쌓는 일은 차별과 편견을 완화하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합니다. 직접 경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이지만, 현실에서는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여전히 제한적이며, 미디어 속 모습도 현실과 다르거나 동정과 연민 중심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우영우 시즌2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갈등입니다. 영웅이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당하고도 다시 면접을 보는 사람, 사랑하다가 차이고 정치적 의견을 말하고 때로는 틀리기도 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함의 가치: 기적이 아닌 일상을 보여줄 때
헬렌 켈러 사후 50년이 지난 2020년 미국에서는 그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습니다. 맥스 월리스가 쓴 전기 '헬렌 켈러'는 그를 '타인의 도움을 받아 장애를 이겨낸 수동적 인물'이 아닌 사회운동가로 재조명했습니다. 헬렌 켈러는 장애를 인종, 성별, 계급과 연결해 분석했으며, 선천적인 실명보다 산업재해로 인한 실명이 더 많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유색 인종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 내몰린다는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헬렌 켈러가 한때 우생학을 지지했고, 아랍인이 유대인보다 열등하다는 편견을 드러낸 과오까지 전기에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헬렌 켈러를 성자처럼 소비해 온 기존 서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고, 그녀를 불완전한 인간이자 사회운동가로 재조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는 장애인을 지나치게 영웅화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였는데요, 이 주장은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할 때 장애인들이 보인 반응과 유사합니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우영우를 사회질서에 부합하는 '예쁘고 젊은 천재'로 설정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보기 좋고, 내 입맛에 맞는' 다양성만을 소비합니다. 그 결과 미디어가 답습한 역경을 극복한 영웅 서사가 다른 장애인들이 당면한 문제를 소외시켜 버리죠. 장애 인식은 추상적인 이해보다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형성됩니다. 헬렌 켈러가 성자에서 인간으로 돌아왔듯, 우영우도 기적에서 사람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가, 아니면 안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서 이제 안심 대신 이해를 택해야 합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회가 변하는 방식은 그 정도의 속도일 것입니다. 장애인은 완벽한 피해자도, 완벽한 영웅도 아닌 그냥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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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개념 및 다양성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Autism Spectrum Disorder (ASD) Overview.
https://www.cdc.gov/autism/abou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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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cmh.go.kr -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정의 및 학술 근거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 (NINDS, NIH). Savant Syndrome Information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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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ffert, D. A. (2014). Savant Syndrome: Realities, Myths and Misconception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 장애인 고용 현실 통계 (대한민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통계자료 : https://www.kead.or.kr
통계청 KOSIS 국가통계포털. 장애인 고용 관련 통계. : https://kosis.kr - 장애 인식 및 차별 관련 공공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차별 관련 권고 및 사례. : https://www.humanrights.go.kr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World Report on Disability.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9789241564182 - 헬렌 켈러 재평가 관련 자료
Wallace, Max. Helen Keller: A Life. Knopf, 2017.ISBN: 978-0385533203
NPR. Reconsidering Helen Keller (관련 보도 기사).: https://www.npr.org - 드라마 우영우 관련 자료
우영우 시즌2 제작 확정... 우리는 장애인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504623?sid=102
현실 속 '우영우'들은 여전히 편견과 싸우고 있다 :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58004?sid=103